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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mily/여행을 떠나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롯데월드 스위밍 풀을 찾았다.


아이들은 좋아서 난리였다. 좀처럼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아빠가 수영장을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미끄럼틀이 있는 실내수영장을 가자고 했으니 아이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인터넷을 통해서 롯데월드의 스위밍 풀을 확인했다. 얼마나 좋아보였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한 턱 쏘는 기분으로 비록 돈은 좀 더 들더라도 그리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수영장 앞에 와 보니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줄의 꼬리에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서 나를 세웠다.

그 때부터 비참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노는 것을 위해서 이처럼 인내해야 하나?

참으로 인내하며 기다리는 자에게만 스위밍 풀의 기쁨은 주어지는 것인가?

줄을 서서 한 시간, 두시간을 넘기게 되었다.

보통 지겨운 시간이 아니다.

분명히 앞에 가서 확인해보니 입장권은 팔고 있었고,

또 그것을 구매한 사람은 우루르 아이들을 데리고 풀장안으로 들어가는데

우리가 서있는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새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남을 위해서 희생은 못할 망정

다른 사람의 시간과 양심을 도적질하는 이런 사회풍조..

바로 이것이 우리 나라를 발목잡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저속한 시민의식이 남을 비판하는데는 정열적이면서

자기를 향한 채찍질에는 몹시 게으른 그런 것이리라...

아무튼 끝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인내의 열매는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한 여름 무더위에 시원한 수박을 받아든 기분이랄까..

행복한 미소로 수영장 입장권을 받아든 순간 천하는 내 것이었다.

우리 가족의 것이었다.

락커 룸을 거쳐서 풀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허걱....

물은 안보이고 온통 사람들 뿐이지 않은가? 어디에 몸을 담궈야 한다는 말인가?

분명히 인터넷에서 본 수영장의 모습은 옆의 그림과 같았다. 여유있고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한 때를 보낸다는 것은

꿈과 같은 행복일 것같았다.

그런데 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에 물은 거의 안보이고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슨 국밥에 물말아 놓은 것처럼 노닐고 있다면 이해가 되겠는가? 참으로 끔찍했다....

내가 보기에는 차마 끔찍한 그 광경이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세상을 얻은 행복한 얼굴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얼른 물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엄마를 기다려야 했고 막내를 기다려야 했지만 한울이와 다훈이의 성화에 견디지 못하고 물에 들어갔다.

제대로 수영을 배운 바 없는 녀석들이기에 그저 물에서 풍덩거리는 것이다.

유수풀의 물의 흐름을 따라 가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이 녀석들은첨벙 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이다.

큰 녀석은 마치 물장난을 하는 어린 하마와 같았다. 작은 녀석은 강아지가 물 속에서 까부는 것같았다.

물 줄기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걷고 있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목적도 없이 그 물을 따라 끊임없이 걷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와서 이곳을 걷고 있는 것인가? 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그저 남들처럼 물이 흘러가는데로 그저 걷고 있을 뿐이다. 목적도 없다. 이유도 없다. 이 사람들에겐 아무런 철학도 없고, 사상도 없다. 그저 걸을 뿐이다. 자기의 돈을 써가면 이 곳에서 그저 걷는 것이다.

인생은 이런 것인가? 허무한 목적을 위해서 그저 걷는 남들이 걷는 그 방향으로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는 그런 것이 인생인가? 망하는 길인지 흥하는 길인지 아무런 생각없이 주어진 시간, 주어진 삶을 그저 걷다가 끝내버리는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닌가?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코브라 슬라이드(아래 그림)을 타기로 했다.

재밌어 보였다. 그런데 이것을 타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지...

감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안 타 보면 억울할 것같아서 타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우리 차례가 왔다.

그리고 신나게 슬라이딩을 했다.

짜릿했다. 그러나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나는 이 순간을 지내며, 세상이 주는 기쁨의 한계를 발견했다.

짜릿한 순간은 한 순간이라는 것..

그것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

영원한 기쁨은 여기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한 번 더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인내함으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어차피 돈은 낸 것이고, 또 유수풀에 들어가봐야 의미없이 물 속에서 걷고 있어야 하니(수영은 커녕)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한 번을 더 탔다...

아이들은 신나서 좋아했지만, 역시 내겐 별 기쁨이 되지 못했다...

이런 곳에 지금 돈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수영장에서 한참을 보낸 후,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점심 때 사 준 설농탕이 맛있었는지,

그 집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난 한 번 갔던 음식점은 하루에 두 번가는 일이 없지만

마땅히아는 음식점도 없고 해서 그리로 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재밌었니?

내 질문에는 "난 별로 재미없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너무 좋았다"고 한다.

다음에 또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막내는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또 오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내겐 피곤한 하루였지만,

아이들이 행복했다니 손해 본 것은 없다.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해도 아까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투자하라는 것이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행복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투자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내겐 수없이 의미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인내하고 투자함으로행복을 얻은 하루였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글은 끝까지 읽은 모든 사람에게도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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