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ible & Church/J. A. Comenius

코메니우스 교육이해

코메니우스 교육이해

글쓴이: 최 진 경

실천신학 전공(주요 연구 분야: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

총신 신대원 졸업, 총신 대학원 졸업(Th. M.),

독일 부퍼탈 신학대학교 졸업(Th. D.)

(* 이글은 총신원보 2005년 4월 12일 제183호 5면에 실렸던 글입니다.)

서양 교육사에서 “현대 교육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 (Johann Amos Comenius; 1592-1670)에 대한 연구가 유럽에서는 이미 많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최근 우리 한국에서도 코메니우스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코메니우스 연구소’ (소장 정일웅 교수)와 ‘한국-체코 코메니우스 연구소’ (소장 이숙종 교수)를 중심으로 코메니우스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을 보면서 코메니우스 전공자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독일 유학중 코메니우스를 연구하는 동안 끊이지 않고 받았던 질문 하나가 있다. 그것은 ‘400여 년 전에 살았던 중세 인물 코메니우스의 교육론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유효한가?’라는 것이었다. 즉, 코메니우스 교육론의 시사성 (actuality)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의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이에 대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한다.

독일에서는 코메니우스 사상에 대한 연구의 방대함과 그의 사상의 중요성 때문에, 코메니우스에 대한 연구를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 인정하여 ‘코메니우스 학(學)’ (Comeniologie)이라고 부르고, 코메니우스 연구자를 ‘Comeniologe'로 칭함으로써 앞으로도 계속 코메니우스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독일 유학 기간 동안 가졌던 나의 관심거리 중의 하나는 ‘진정한 앎, 지식, 지혜, 진리’에 대한 물음이었다. 즉, ‘안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알아야 진정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나는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모라비아(오늘날 체코) 태생의 코메니우스는 보헤미아-모라비아 형제단 개신교 교회 목사였다. 그가 살았던 17세기는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과도기로써 카톨릭을 중심으로 한 종래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지식 체계, 간단히 말해 자연사물의 탐구를 통한 지식의 축적과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자들의 슬로건을 이어받아 모든 신자들로 하여금 성경을 읽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진리를 발견케 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과학의 발달과 함께 베이컨과 데카르트를 중심으로 종래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지식 추구를 거부하며 사물보다 인간 자체 안에서, 즉 인간의 경험과 인간의 정신/사고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고자 했던 초기 계몽주의의 지식 폭발시대에, 코메니우스는 ‘참된 앎, 참된 지혜’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그 의미를 캐내어, 가르치는데 온 생애를 바쳤다. 즉 코메니우스는 참된 앎에 대한 추구로써 ‘판조피’ (Pansophie; 범지혜/모든지혜)라는 ‘지식체계’ 혹은 ‘인식론’을 정립하였는데, 참된 지식, 참된 지혜를 표현하는 ‘판조피’(Pansophie)라는 이 단어를 그는 골 1:28에 나오는 “모든 지혜” (παν-σοΦ?α)에서 따왔다. 그는 진정한 지혜를,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그리스도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다(골2:3)는 말씀을 자신의 전 삶의 인생 경험을 통해, 그리고 고대 그리이스-로마시대부터 종교개혁, 인문주의, 17세기 초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축적되어 온 학문을 연구하면서 몸소 확인하였던 것이다.
코메니우스에 의하면 인간이 알아야 할 참된 지식이란, 사물에 대한 본질을 알고, 그 사물의 기원과 존재의 이유를 이해하며, 그 사물의 존재 목적을 깨달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다 알 때 진정으로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코메니우스는 말한다. 어떤 사물의 본질을 아는 것이 이론 영역에 해당된다면 (Theorie), 그 사물의 기원과 존재의 이유를 아는 것은 그 사물을 적용하는 실천에 속한다 (Praxis). 그리고 그 사물의 존재 목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그 사물을 존재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사물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되도록 이끄는 것과 관련이 있다 (Chresis). 따라서 무언가를 안다고 할 때는 사물의 본질과 이유와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였을 때 진정 안다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메니우스의 교육에서는 바로 이 앎의 구조 가운데서 학생들에게 ‘자연세계에 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지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때 학생이 자연세계를 이해하도록 하기위해 무엇보다 그들의 ‘감각과 이성을 개발시켜주는 교육’이 필요하고,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와 이웃과의 바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덕성교육’이 요구되며, 하나님을 알아 가는데 있어서는 ‘신앙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참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코메니우스는 이렇게 교육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였는데, 그의 주요 두 교육저서,『대 교수학 (Didactica magna)』과 『범교육학 (Pampaedia)』은 바로 이 판조피를 가르치는 교육방법과 교육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교수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코메니우스는 당시 학교제도와 교육방법의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체계적인 학제를 제시함으로써 현대교육학의 체계를 놓은 교육학자로 인정받게 되었고, 그의 사후에 (posthum) 발견된 저서 『범교육학』을 통해서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전인적-평생교육론을 제시하였다.

‘앎’, ‘지식’, ‘지혜’, ‘진리’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된다. 학교교육의 기본적인 과제가 성장 세대들에게 각 시대를 통해 축척된 지식과 새로이 발견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는 ‘지식 습득의 목적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7세기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종래의 봉건주의적 계급 사회체제 붕괴의 가속화에 한몫을 했던, 즉 오늘날 우리에게 흔히 “아는 것이 힘”이라고 알려진 베이컨의 슬로건은 당시 시민 계급에게 지식의 습득을 통해 신분상승과 부의 축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듯이, 이 슬로건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여, 다른 사람 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진 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부와 권력을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견고히 해주었다. 코메니우스는 이런 식으로 지식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며 ‘참된 지식의 습득’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였는데, 이는 지식이라는 것이 인간을 인간되게 하고 인류와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함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지식습득을 교육의 과제로 이해하고, 그 지식의 습득 과정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임을 깨닫고 지식을 온전히 익혀 바르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돌보는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함을 당부하였던 것이다.
교육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는데, 코메니우스의 인간론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데서 출발함으로써, 교육의 목표를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에 두었다. 그는 원죄로 인해 타락한 인간이 하나님을 닮은 형상으로 다시 회복되는 길의 전환점을 그리스도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그의 지식론 ‘판조피’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위치한다. 궁극적으로 코메니우스의 교육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교육이다.
정리하자면, 코메니우스에게서 교육의 필요성은 ‘참된 지식’(Pansophie)을 가르치는데 있는데, 이는 참된 지식의 습득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고귀한 존재임을 깨닫고, 그 참된 지식의 중심에 있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형상으로 다시 회복되도록 하는데 그의 교육의 목표를 둔다. 이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교육과정을 통해 인간에게 ‘지성-덕성-신앙’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며, ‘자연세계-인간-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형성을 배워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코메니우스는 참된 지식을 통해 ‘분별력 있고, 인격적인, 신앙 있는 사람’을 양육하는 것에 그의 교육의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그의 교육론에서 기독교 교육의 틀을 보게 된다. 특히 그의 교육 사상이 성경과 종교개혁자들(후스, 루터, 멜랑히톤, 칼빈)의 신학을 뿌리로 하여 전개되는데, 이점에 있어서, 그의 교육론은 오늘날 한국 기독교 교육의 이론 정립과 교회 학교 현장의 실천적인 방향에 지혜와 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어떤 이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교육을 통해 구원이 가능한가?’
교육을 성령의 인도로 이해하는 코메니우스는 이에 대해 그의 『대 교수학』과 『범교육학』에서 이렇게 대답 하고 있다: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다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교육활동에 참여할 때 하나님께서 구원의 은혜를 주시지 않겠느냐!’라고 말이다. 그렇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속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의 구원 사역의 도구로써 교육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인격적인 돌봄과 인내의 씨를 뿌리며, 신뢰의 물을 주어, 하나님을 알아가게 하고, 사랑과 행복의 열매를 맺게 하는 기독교 교육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중요한 수단으로 본다. 이를 코메니우스는 그의 전 생애 동안 교회사역과 교육활동을 통해 보여주었고, 그러기에 코메니우스의 교육적인 가르침은 오늘 21세기에도 한국교회와 교회교육의 내실을 위해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