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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e & Church/Pastoral Plots

추석을 앞둔 어느날

추석을 앞둔 지난 금요일이었다.

새벽녘에 심상치 않은 꿈을 꾸었다.

별로 유쾌하지는 않았다.

꿈을 깨며, 눈을 뜨는 순간

아랫배의 통증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 차마 필설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경험했던 복통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난 미련하게 참아보기로 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또 두 시간이 지났다..

뜨거운 물을 좀 마셔보면 괜찮으려나 싶어 물을 데워 마셨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새벽기도시간...

아내와 함께 교회에서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평소와 같이 설교를 할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는 복통을 참아가면 주어진 시간 설교를 마쳤다.

나머지 일은 부목사님께 맡기고...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었다....

별 수를 써도 고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9시... 병원이 문을 연다고 한다.

그래서 아홉시까지 기다려 병원을 찾았다.

피를 뽑고... 초음파 검사도 하고....

맹장이 부었단다....

추석을 앞둔 금요일...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할까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의사는 여의도 성모병원을 추천했다.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서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 입원...

수술을 받는 것이 좀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을 침대에 누워서 배를 움켜 쥐고

수술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의사가 겁을 준다.

맹장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대장에 생기는 개실염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면 수술이 커질 수도 있단다...

하루 종일을 기다려서 저녁 7:40분경에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사람치고 나처럼 기뻐한 사람이 있다면 나와보라고 해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수술이 겁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꼭 받아야 되는 수술을 너무나 오래동안 기다렸다는 생각뿐..

수술을 받게 될 때에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수술대에 누었다.

마취주사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잠에서 깨어날 때 도무지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곁을 보니 낯 모르는 여자가 누워있었다.

다른 편을 보니 처음보는 남자가 누워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전보다 더 아픈 진통이 뱃속 깊숙한 곳에서

나를 괴롭혔다....

"아 끝났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수술을 마치고 깨어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잘 되었을 줄로 믿습니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만

배는 여전히 아팠다....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보호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여기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님과 아내. 그리고 교회의 장로님 두분이 오셨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수술을 마치고 긴긴 고통의 시간...

별것 아닌 맹장 수술이긴 하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엄청 아팠다...

암이나 중병보다야 심하지 않겠지만....그 고통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간호사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진통제 놓아드릴께요.."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해 보는 수술이라서 어떤게 힘든 건지 잘 모르겠네요...히죽.."

그리고 그날 밤은 잠못이룰 밤이었다.

너무나 힘들어서.....

그런데 다 그런 건 줄 알았다. 그것이 힘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새벽녘이 되어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

간호사를 불었다. 진통제 좀 달라고....

진통제를 맞은 후

속으로 "진작 맞을 걸... 이렇게 편한데....." 그리곤 짧은 시간이지만 단 잠을 잤다.

그리고 행복한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전히 배는 불편하지만....

추석에는 이런 식으로 액땜을 해야 하는가 보다...

하나님은 작은 고통으로 추석의 재미를 한층 더 느끼게 해주시는 것만 같다...

암튼 엄청 재밌는 추석이다....